엑스리브스

사물에 대한 예의

marcion 2007. 3. 29. 11:11




언젠가 주변의 한 친구가 연구실 홈페이지에 올렸던 이야기다. 그의 절친한 친구가 우산이 고장나서 함께 학교의 우산수리점에 갔다고 한다. “고치는 데 얼마나 들어요?” 고장이 좀 크게 났던지 3500원 든다고 했단다. “3500원? 약간만 더 보태면 새로 하나 사겠다. 그냥 가자.” 망설이다 나온 두 사람. 그러나 그의 친구는 다시 되돌아가서 3500원을 주고 기어이 우산을 고쳤다고 한다. “새로 사면 이 우산은 버려야 하잖아!”


버려진다는 것, 그것은 우산으로서는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것이다. 고치면 더 지속할 수 있는 생명이 우리의 약은 계산 속에서 쉽게 중단되고 버려지는 것이다. 만약 고장난 게 우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신체였다면 어떨까? 심지어 엄청난 돈이 든다고 해도 고쳐서 “쓰려” 하지 않을까?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는 그토록 애지중지하건만, 그 신체가 남의 것이 되고, 더구나 다른 생물의 것이 되면 우리는 아주 쉽게 생각한다. 더구나 이처럼 그게 어떤 물건이나 ‘생명이 없는’ 사물이 되면, 고상한 윤리학자도 윤리학적으로 사고하길 멈춘다. 그건 윤리학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진경, 사물에 대한 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