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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오늘의 미술] 교수대위의 까치
그림이야기 | 2009. 1. 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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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gpie on the Gallows, Pieter Bruegel , 1568, 46x50cm




블러그에서 연재하고 있는 오늘의 미술 에서 처음으로 20세기 이전의 그림을 다룬다.
오늘의 미술 은 현대미술작품이나 작가를 내 나름데로 감상을 자유롭게 적어 나가는데
이번에는 시대를 많이 뒤돌아서서 16세기 작품을 다루는 것이다.

그 작품이 바로 피터르 브뤼겔 Pieter Bruegel
 "교수대위의 까치 The Magpie on the Gallows" 이다.

네덜란드의 풍속화가인 브뤼겔의 작품은 다수의 농민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인데
위 그림도 여는 작품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농민들이 술마시고 춤추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브뤼겔 특유의 풍자와 비유가 그림에 숨겨져 있다.

그림의 한가운데에는 우리눈에는 생소한 교수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교수대 위에는 까치 한마리가  춤추는 농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농민들은 남녀가 손잡고 춤을 추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발을 구르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 아래 부분의 한 남자는 바지를 내리고 큰일을 보고있다.

교수대와 교수대 아래쪽에 무덤의 십자가 없으면 그저 즐거운 그림처럼 보인다.

이 그림의 핵심주제가 작품의 제목처럼 바로 까치에게 있다.

까치가 우리나라에서 길조로 여겨지지만 유럽에서는 흉조로 여겨진다.
까치가 흉조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 생김새 때문이다.
흑과 백이 섞여있는 까치는 "죽음과 삶"의 이중성을 뜻한다.
때문에 "위선"을 상징하기도 하고 인간의 모습을 한 마녀를 뜻하기도 한다.
잡식성인 까치는 곡식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도둑"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시끄럽게 우는 까치를 "수다쟁이"나 "밀고쟁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니
까치에게 온갖 안좋은 것은 몽땅 갖다 붙혔다고 과언이 아니다.

이런 까치가 교수대위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노래를 하고 있다.

"무서운 그림"의 저자인 나카노 교코 는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을 보면서
밀고가 횡행했던 중세마녀사냥시대를 생각하며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그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나는 위 그림을 보면서 "삶과 죽음"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항상 바로 곁에 있었던 중세 네덜란드 민중들의 낙관성을 읽는다.

굳이 무덤가와 교수대주변에서 춤추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태연하게 교수대 옆에서 똥을 누고 있는 사내를 봐라!
죽음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야 가능이나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대위의 까치는 불길한 것만은 틀림없다.
죽음을 부르고 있는 까치의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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