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은 인터뷰에서 영어몰입정책을 발표한 새 정부 인수위를 겨냥해 "인수위원들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며 "인수위는 시장주의 탈레반이고 시장주의 원리주의자들이다. 일종의 빈라덴 같은 사람들"이라며 극단적인 용어를 써가면서 극렬하게 비난을 하였습니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나라이고, 일본은 영어가 잘 안 통하는 나라다. 그러나 그 두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비교해보라"며 영어몰입 정책으로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인수위 정책이 터무니 없음을 비판했습니다.
또한 "지금 학교 선생님들 전체를 2010년이라면 2년 후 아니냐? 2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미국에 가서 어학만 배우라고 연수를 보내놓은 다음에 데리고 와도 힘들다"며 "애들 가르쳐 보지 않아서 그러신 모양인데 학생들 가르쳐 보면 한국말로 해도 수업 잘 못 따라온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인수위를 빈 라덴으로 비유한 그의 말은 적절해 보입니다. 이슬람천국을 현세에 구현하려고 원리주의에 입각해서 교리를 설파하고 테러까지도 마다 하지 않았던 '텔레반'과'빈라덴'은 아프카니스칸과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었듯이, 대한민국을 '영어천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교육테러도 마다 하지 않은 그들의 무식함과 저돌성, 그리고 그를 지원하는 막강권력은 우리나라를 '천국'으로 만들까요? '지옥'으로 만들까요?
이하는 인터뷰 전문
- 진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네. 안녕하십니까?
- 대통령직 인수위가 아주 대대적인 교육정책 수정안 지금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잘 안되는 것은 역시 지나친 경쟁논리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경쟁이라는 시장의 논리를 교육에다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때 입시 위주의 교육의 폐해가 극에 달할텐데요. 시험문제 푸는 재주, 이건 학교가 학원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거든요. 시장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경쟁력을 가진 것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이런 시장 논리를 학교교육에다 무차별적으로 적용시키는 이런 대통령직 인수위의 방향은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조장하고요 공교육의 황폐화를 낳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벌써 강남의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하더군요.
- 강남의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그것이 대표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얘기시군요?
▶ 네.
-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것이 2010년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니까 영어 외 일반과목들도 영어로 수업한다, 이런 내용인데요. 이 영어몰입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한 마디로 미쳤다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거든요. 일단 인수위에 계신 분들의 생각이 너무 과격합니다. 시장주의 탈레반이라고 할까요, 시장주의 원리주의라고 할까요. 일종의 빈라덴 같은 사람들이거든요. 다른 수업을 전부 영어로 진행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이것만 봐도 이 분들 지금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요. 일단 불가능합니다. 왜냐 하면 제가 독일에서 5년을 살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어학을 못한다라기보다는 그래도 어감이 좀 있는 편인데 제가 돌아와서 독일어로 강의를 해 봤습니다. 우리 과에 갑자기 러시아 학생이 하나 들어와 가지고요. 그런데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지금 학교 선생님들 전체를 2010년이라면 2년 후 아닙니까? 2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2년동안 미국에 가 가지고 어학만 배우라고 이렇게 연수를 보내놓은 다음에 데리고 와도 힘들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수업의 질이 당연히 떨어질텐데 모국어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외국어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 이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애들 가르쳐 보지 않아서 그러신 모양인데 학생들 가르쳐 보면 한국말로 해도 수업 잘 못 따라옵니다.
- 하여튼 사교육비 주범이 영어 과외다, 그래서 공교육으로 충분히 영어교육을 시켜보겠다라고 해서 나온 안인데 그래서 이 필요한 재원은 정부에서 다 대겠다. 지금 말하는 교육요원안도 포함되고 하여튼 정부가 돈을 대서 최대한 공교육에서 살아있는 영어를 시키겠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 그러니까 한심한 문제죠. 이건 간단한 산수 문제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사교육이란 게 왜 하느냐. 사교육이란 건 교육의 절대적 질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하는 거거든요. 우리 아이가 다른 애들보다 조금 더 나았으면 하는. 그분들 경쟁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계속 경쟁 강조하는 거 아닙니까? 사교육이라는 건 입시라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건데 쉽게 말하면 영어를 아무리 못해서 남보다 잘 하면 되는 겁니다. 그냥. 사교육의 목표가 거거든요. 또 영어를 아무리 잘 해도 남과 똑같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아무리 영어를 잘 가르치면 뭐 합니까? 경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사교육이거든요. 우리 애가 다른 애보다는 나아야 된다, 이거란 말이죠. 그런데 이거 이해하는데 그렇게 많은 머리가 필요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 국민들이 다 알고 인수위 그 분들만 모르는 비밀인데요. 쉽게 말하면 학교 현장에서 영어를 잘 가르친다, 그러면 사교육을 안할 것이다. 이건 뭔가 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게다가 또 영어로 다른 수업까지 하게 되면 수업 못 따라가는 아이들 어떻게 할 겁니까? 사교육을 받아서라도 영어 배워야 할 거 아닙니까?
- 영어 교육이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필요하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볼 때 그런 영어교육의 새로운 대안이라면 그렇다면 어떤 점들로, 굳이 가야 된다면 가야 된다고 보십니까?
▶ 영어교육을 잘 시키겠다, 이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분들 생각이 어떤 거냐 하면 영어를 잘 해야 국가 경쟁력이 생긴다, 지금 이런 거 아닙니까? 지금. 필리핀을 보십시오. 아시아에서 영어를 제일 잘 하는 나라에 속하죠. 그리고 다른 나라 일본을 보세요. 거기 가면 영어 잘 안 통합니다. 그리고 그 두 나라의 경쟁력을 비교해 보라는 겁니다. 어느 나라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그러니까 외국어라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물론 조금 도움이 된다고 하면, 안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외국어 문제 같은 것은 시스템으로 해결할 공학적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가지고 옛날에 중국에서 아시안 게임할 때 택시 운전사들한테 외국 손님들 받아야 한다고 영어 못하면 면허 안 주겠다, 이랬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운전사들이 영어 배우겠다고 난리를 쳤는데 일종의 생체 실험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택시 딱 타 보세요. 창문 옆에 뭐가 딱 붙어 있어요. 전화만 걸면 얼마든지 통화가 됩니다. 공학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거든요.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 그 사람들은 충실하게 가르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자기 전공 더 열심히 하고, 영어 배우는 시간에. 그게 경쟁력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고요. 우리나라 직업 중에서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외국 사람 만나서 외국어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도대체 몇 퍼센트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쓸데없이 영어공부하다가 오히려 기술과 전공에서 뒤처질 수가 있습니다.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은 제대로 가르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 하는 시간에 다른 거 하는 게 낫지. 그 다음에 영어로도 얼마든지 유창하게 무식할 수 있는 겁니다.
- 그러니까 새 정부가 너무 실용주의, 성장위주로 교육정책마저 보고 있다가 지금 우를 범하고 있다, 그런 말씀이십니까?
▶ 그건 실용도 아니고요 그건 멍청한 겁니다. 한 마디로.
- 조금 다른 질문 하나 드려 보겠습니다. 최근 가수 나훈아 씨를 둘러싸고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그게 사실무근이고 루머를 재탕삼탕한 수준이다, 이런 쪽으로 여론이 또다시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언론이 너무 무책임하게 보도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만 최근 나훈아 씨 사건 놓고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 글쎄, 그 사건을 제가 처음부터 추적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일단 언론에서 보도를 할 때는 확인이 된 다음에 보도를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확인이 안된까 카더라, 이런 식으로 자꾸 보도를 하고요 또 그게 문제가 됐던 것 같고 언론은 요즘 대개 문제가 뭐냐 하면 대중들이 읽어야될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대중들이 읽고 싶어하는 그리고 클릭을 많이 하는 그런 기사들을 쓰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확인보다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발하는 그런 기사들을 썼던 것. 그게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나훈아 씨도 그냥 나와서 나 괜찮다, 그냥 한 마디 하면 될 걸 계속 있다가 무슨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도 좀 우습더라고요.
- 전반적으로 우리 언론을 보시면서 나름대로 미흡한 점 그리고 또 앞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느끼는 것들은 없으십니까?
▶ 과거에는 언론을 위협하는 게 국가권력이었다면 이제 시장권력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오락적으로 흐르고 어떤 많이 읽으면 된다라는 흥미 위주로 흐르고 그러다보니까 사실을 쓰는 게 아니고 조금 전에 나훈아 씨 예가 보여주듯이 허구적인 이런것들, 거의 소설과 사실을 섞어서 기사를 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좀 경각심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