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서울대와 조선일보 공동주최 전국 논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뒤 조선일보사와의 인터뷰를 거절해서 화제가 됐던 한윤형군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대전유성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것은 지난해 고종석이 씨네2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 그에 대한 글을 쓴 것을 읽고 난뒤 입니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사이트이지만 "우리모두"라고 하는 안티조선사이트에서 그는 '아흐리만'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흐리만은 '조로아스터교에서 악의 신'라더군요. 고종석의 말대로 다분히 위악적인 아이디죠. 그가 서울대에 합격했을때에도 화제가 되었죠.
제 나이정도가 되면 세월의 흐름을 성장이라기 보다는 정체나 후퇴의 아이콘이지만, 파릇했던 그 청년은 블로그를 보니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고, '철학'을 이성의 잣대로 삼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글들도 그의 성장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그의 블러그에선 "How many cuts should I repeat?" 라고 하는 문구가 대문에 걸려 있더군요. 누구나 성장하면서 아픔을 겪게되죠. 그것이 되풀이 될때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 아픔으로 좌절하기도 하지요.
그런 그도 이번 민주노동당 분당위기에 대해서 한마디를 했군요. 그의 글을 검색해보니 상당히 민주노동당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글들이 다수 있었는데.. 그 연장선상이기도 하고 전환점이기도 하더군요. 연장선이라 함은 애정의 문제이고, 전환점이라 함은 '방법없음'의 절망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민주노동당 : 이건 분당이 아니라 파당이다.라는 글에서 분당론에 대해서 함께 당을 이끌어 왔으면서 이제와서 '종북주의자'운운하며 분당한다는 것은 명분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이 첫째이고, 분당하려는 주체의 실체가 묘연하다는 것과 분당을 주장하는 자들이 능력이 없다는 점도 지적 했습니다. 즉
민주노동당 내 좌파들은, ‘분당’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질서 정연한 퇴각’을 실현시킬 명분도 능력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현상유지가 되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대선으로 급격한 당원들의 이탈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당내에서 자주파를 선거를 통해서 이길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무질서한 퇴각의 정국에서, 나가야 할 올바른 출구를 제시하는 정파가 있다면 몇 명 정도는 더 건지게 될 것이지만, 더 슬픈 것은 그렇다고 해서 그 정파가 민주노동당의 ‘이름’을 (문자 그대로의 이름이 아니라 정치적인 계승의 의미에서의) 건네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즉 분당이 아니라 파당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겁니다.
상황인식은 홍세화, 진중권과 같지만 그에 대한 대응과 결과는 훨씬 비관적이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저는 그와 그 결과의 비극성은 같은 의견이지만 상황인식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 상황이 오게끔한 모든 악의근원을 자주파처럼 몰고가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비록 제가 내부사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손뼉이 마추쳤기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문제는 아니고요. 우울한 반동의 시대에 이런 젊은이의 성장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꿈을 꾸는 한해가 되었으면 해서입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여러분도 그의 블러그를 한번 방문해보세요.
http://yhha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