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에 기대어 기타들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기타의 아름다운 곡선과 진열대의 직선, 빛과 어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서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노순택의 기타라는 작품입니다.
1년넘게 폐업중인 콜텍악기 대전공장에 쌓여있는 기타들의 모습입니다.
저는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어도
미처 콜트악기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씨네 21에 노순택작가가 직접 쓴 사연이 실려 있더군요.
악기공장은 고요했다. 기계들은 숨을 거두었다. 깜깜했다. 암흑천지였다. 창문없는 공장. '창문없음'은 바람 없음. 햇볕없음의 이음 동의어이었다. 왜 그랬을까? "우리사장님은 창문에 '딴생각'이라는 글자가 붙어있는 줄 아는 분이었다."고 해고 노동자는 쓰게 웃었다.
돈과음악을 사랑하는 박영호사장님은 창문을 만들지 않았다.
1973년 성수동에서 자본금 200만원으로 출발한 (주)콜트악기는 인천과 대전에 공장을 세우고 사세를 확장해왔다. 회사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왔고, 이는 세계 기타시장의 30%(OEM포함)을 점유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박영호사장은 1천억원대의 부자가 되었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과 산업재해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하게 일해온 노동자의 덕이다.
하지만 박사장은 어느날 공장문을 닫았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노조도 없고, 창문도 없고, 딴 생각도 없는 지상낙원을 찾아...
해고노동자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15만 볼트가 흐르는 송전탑위에서, 악기상점앞에서 피켓을 든체 추위에 떤다.
세상의 기타쟁이들은 이 사연을 알까?
절대로 콜트악기를 사지 않았으면 합니다. 콜트악기야말로 가장 사악한 자본가에 의해 노동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한이 스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악기에서 절대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세상의 기타쟁이들이 위 사연을 알고나면...
칠레의 대표적인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Victor Jara, 1935-1973)는 '선언'이라는 노래에서 기타를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내가 노래하는 건 노래를 좋아하거나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지
기타도 감정과 이성을 갖고 있기에
난 노래 부르네
내 기타는 대지의 심장과
비둘기의 날개를 갖고 있어
마치 성수와 같아
기쁨과 슬픔을 축복하지
여기서 내 노래는 고귀해지네
비올레따가 말한 것처럼
봄의 향기를 품고
열심히 노동하는,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