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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수태고지 Annunciation
그림이야기 | 2008. 3. 14. 15:47

수태고지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동정녀 마리아에게 예수를 낳을 것이다라는 알렸다는 것으로 기독교 탄생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다.  누가복음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들어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정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 그에게 들어가 가로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찌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고 생각하매 /  천사가 일러 가로되  마리아여 무서워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얻었느니라 /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 저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은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을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위를  저에게 주시리니 /   영원히 야곱의 집에 왕노릇 하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눅 1:26-33)

예수의 동정녀 탄생설은 이사야의 예언을 히랍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젊은 여자"를 "처녀"로 오역하여 생긴 것이라고 하지만 기독교의 근간을 받치는 중요한 교리중에 하나이다.

그럼 기독교의 근간을 이루는 이 사건을 화가들은 어떻게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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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Davinci 1475

중고등학교때 미술교과서에 꼭 나오는 그림중에 하나입니다. 소위 다빈치가 원근법을 완성시킨 대표작으로 소개되어 있죠. 제가 본 수태고지중에서 가장 신성한 그림처럼 보입니다. 책을 읽고 있는 마리아앞에서 무릎꿇은 가브리엘(구애의 장면으로 해석하기도 함)과 동정녀의 신분으로서 아기를 낳을 것이라는 것을 성스럽게 받아 들이는 마리아의 표정이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우스운 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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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Angelico  1441

다빈치와는 달리 안젤리코(Fra Angelico)는 천사를 서 있는 권위자로, 마리아는 겸손히 두 손을 가슴에 모아 천사 앞에 꿇어앉은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수태고지>는 누가복음의 내용을 따라가보면 ①당황함(수태고지의 소식으로 인해), ②심사숙고(두려움에 뒤로 물러선다), ③의문(처녀로서 수태가 가능한가), ④복종(하느님의 뜻에 따름) 등 4단계로 이루어 져있는데 안젤리코는 '복종'의 단계를 그려 낸 것이라고 합니다.

위 다빈치 그림이 엉뚱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브리엘이 고지를 하는 순간(손가락으로 알수있음) 이런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복종하는 모습으로 그려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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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Martini 1333

누가복음에 쓰여진데로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고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가브리엘과 마리아 사이에는  백합꽃이 놓여있는데 이는 마리아가 처녀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수태고지에는 몇가지 상징물이 들어있는데 백합꽃은 순결한 처녀, 비둘기는 하나님의 사자로서 성령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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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 G. Rossetti 1850

제가 제일 좋아하는 로세티의 수태고지입니다. 위의 세작품에서 가브리엘은 여성도 남성도 아닌 모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천사를 확연한 남성으로 그리는 것은 동정녀와 대비되어 신성을 모독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로세티의 작품은 백합을 든 가브리엘의 팔근육을 확연하게 그려넣어 남성성을 여실히 드러나게 했습니다. 가브리엘의 머리위의 후광도 발에 있는 불꽃도 화가가 그린 것이 아닌 사후에 그려진 것이라고 하니 로세티의 의도를 확실하게 엿볼 수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가브리엘이 반라(半裸)의 상태라는 것을 알수있습니다. 이미 허리를 두른 띠도 풀어헤쳐 없고 옆모습으로 그의 속살이 드러납니다.

마리아의 모습도 낮선 남자의 갑작스런 침입때문에 공포에 질린 소녀처럼 보입니다. 은밀하지만 노골적인 성적코드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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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r, Henry Ossawa 1898

태너의 작품은 가브리엘의 모습을 빛으로만 처리했습니다. 천사가 아닌 성령의 임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할수 있습니다. "성령으로 잉태"한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하지만 전 이 그림이 자꾸 뭉크의 사춘기와 오버랩됩니다. 사춘기 소녀의 불안감과 공포가 그대로 드러낸 작품 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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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ula Rego 2002

파울라 레고는 포루투칼출신 여성으로서 강렬한 패미니즘 그림을 주로 그려왔는데 위의 작품에서 가브리엘은 남성이 아닌 여성,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 그려져 있습니다. 어린 소녀와 엄마의 시선속에 모녀간의 흐르는 공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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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ynn Randolph 1995

주로 정치적인 그림을 그려온 린의 작품은 "제2의 수태고지" 로서 디지탈인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군요. 대천사가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을 보니 새로운 인간의 등장을 반기기 보다 종말의 징후로 해석하게 합니다. 예수가 인간을 구원해서 온 것과는 다르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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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nda Sutton

린다 서튼이라고 하는 아마추어 화가 작품입니다. 흐트러진 옷차림과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무언가 골돌히 생각하는 마리아 모습에서 동정녀라고 하는 이미지는 읽히지 않습니다. 당차고 아름다운 현대 여성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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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é Magritte  1930

마그리트의 수태고지도 안 볼 수가 없지요. "이제까지 당신이 알고 있는 수태고지는 다 잊어버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체스의 말처럼 생긴 기둥과 바위, 구름, 나무들 사이에서 수태고지를 상징하고 있는 그 어떤 코드도 보이지 않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고딕 성당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의 작품은 해석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음~~"하면 되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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