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의 부조작업를 정면이라는 단일 시점에서 보게 되면 관람자는 이러한 부조 자체의 본질로 인해, 몸짓이 내포하는 모든 의미, 즉 형태의 모든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는 일종의 전능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전능함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관람자가 부조를 보기 위해서는 그 앞에 서야만 한다. 이는 부조의 ‘정면성’이 지닌 시선의 폭력성과도 관련된다.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말하듯, 부조에서 중요한 것은 관람자가 실제로 조각의 주위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그는 그 형태를 한 바퀴 돌면서 볼 때 얻을 수 있는 만큼의 정보를 갖는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한번의 지각작용에 의해서 덩어리들의 전개양상과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데 조훈의 작업에서 관객이 느끼는 전지전능함이란 곧 부조가 갖는 시선의 정면성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
지난주 토요일에 주문한 최경태의 2007년 뉴욕전시회 도록인 "CHOI"가 오늘 아침 도착했군요.
위 도록은 지난해 7월 뉴욕에서 열린 최경태의 "PINK & HAIR : The First Feeling" 작품전에 출시된 작품들을 엮었다.
최경태는 2002년 8월 음화전시판매, 음란문서 제조, 교사, 판매, 반포죄 적용받아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고, 작가의 피와 영혼인 작품 31점 압류소각당한 이 시대의 이단아이다. (작품을 소각하다니 얼마나 야만적인가? 법원에 압류된 상태로 보관되어서 후대에 다시 평가 받도록 하는 아량도 없는 한국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도록의 제목답게 여고생으로 보이는 앳된 소녀의 노출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의 작품속의 소녀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여고생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우리들의 영혼에 날카롭게 메스를 들이댄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고통이 느껴진다.
그리고 예술과 포르노를 편가르려는 우리들의 알량한 지성을 흔들어 논다. 하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서 외친다.
"포르노도 예술이다."
마네의 올랭피아 를 처음 본 파리지앵들의 분노와 수치심 그리고 경외감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 강추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