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근엄하고 엄숙한 표정―모자를 깊숙이 눌러써서 그 표정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으로 책상에 앉아있다. 각지고 뾰족한 턱과 마른 얼굴, 짧게 깍은 머리는 해병대원의 한 전형성을 재현하고 있다. 붉은 색 벽 바탕을 배경으로 태극기액자와 '해병대원의 긍지', '해병대의 3대 정신'이 쓰여진 액자는 이 인물의 세계관까지 정물화 시켜 보여준다. 해병대는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 유니폼, 군복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해 보인다. 그러니까 한번 해병대복장은 영원한 해병대 복장이다. 그들은 스스로 치안 유지대나 감시단, 혹은 전우회 등을 결성해 컨테이너 박스에 작은 병영을 가설하면서 그 병영체험과 기억을 온전히 연장시키고자 한다. 지난 시절의 추억을 갉아먹으며 해병대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유니폼으로 환생시키려는 열망은 너무 강렬하다. 제복에의 애착과 자기 신분의 연장에 대한 이 기호는 무척이나 스노비즘(snobbism)적이다.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있는 군사문화의 흔적들이 그 유니폼 위에 서식한다. - 이성희의 글중에서
그저께 무심코 본 케이블채널에서 "이퀼리브리엄"을 하더군요. 오랜만에 본 영화인데 처음 본 영화처럼 새롭더군요. 그건 아마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배우가 배트맨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를 새롭게 본 것과 매트릭스의 표절이라는 혹평에서 자유로워진 시간의 흐름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느 SF영화처럼 파시스트들이 지배하는 미래사회에 반역자들을 색출하는 주인공이 한 여자를 만나고 어느덧 반역세력의 편을 들어서 지배세력을 무너트린다는 뻔한 플롯을 가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바로 아래 장면입니다.
최고의 반란군 색출자인 주인공이 자신의 동료가 감정을 느끼는 자(His Ability... To Feel)라는 것을 알고 처형하는 장면입니다.